시&에세이

결국엔 눈물인 줄 알았다 - 박소해

책아저씨 2020. 11. 3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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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눈물인 줄 알았다 ㅣ 박소해 저 ㅣ 바른북스 ㅣ 2019. 12. 10


 

 

* 책 소개

 

세상에 태어나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처절한 슬픔인지 이미 알고 있다.
이른 새벽 차가운 공기를 가르는 입김에서도 석양이 지는 퇴근길 버스 창가에 스치는,

거리 곳곳의 모든 것에도 그 나름대로의 아픔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다.
오늘도 우울하고, 우울하고 우울하지만 타인 앞에서는 환한 모습의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하는 인생이라는 것이 참으로 짠하다.
나에게 주어진 길을 그저 그렇게 살아내야 한다면, 어느 한 곳 숨 쉴 구석 하나쯤은 가져도 되지 않을까.

나도 겪고 있고, 너도 겪고 있을 그 우울한 감정이, 때론 감성이 틀린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저 작은 위로를 건네고 싶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 책 리뷰

 

제목이 눈에 띄는 시집 한 권을 선물받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한 시집이었다.

더 좋았다. 나만 알고 싶은 그런 책이었다.

 

험한 말에 긁힌 생채기가
덧나 곪은 사람이라면 
상처에 빨간약 호호 불어주는
따스함을 느껴보고 싶다.

뜨뜻한 방구들에 종일 몸을 녹여도
가슴 한편이 시큰한 사람이라면
우연한 마중에 기껍게
우동 한 그릇을 나눠
뜨겁게 목 넘길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대책 없이 쏟아지는 장맛비에
날갯죽지가 젖어본 사람이라면
석탄 난로처럼 열렬하게
가슴 데우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시시각각 형체를 바꿔
달려드는 구름을 피해서
양지 녘에 나를 펴고 누워
젖은 하루를 말려보고 싶다.

- 따스함이 그리운 사람이라면

© minkmingle, 출처 Unsplash

 

 

시의 크고 작음을 논하기는 그렇지만, 정말 작은, 

아주 작은 시 한 구절이 마음을 크게 뒤흔들어 놓았다.

 

'소란스런 너의 사랑에 무거운 형벌을 내려주고 싶다
한낱 젊음이란 게 찰나의 흥인 줄도 모르고'

- 고요한 사랑엔 소낙비가 들이치지 않는다 中

 

결국 우리는 다 알았을까. 모든 걸 다.

 

가슴에 조각난 유리 파편을 얼마나
솎아내야 까만 밤 저며 오는
쓰라림이 거둬질지

숨만 쉬고 살아도
통증은 해일처럼 덮쳐와
자칫 까딱하다
고래처럼 집어삼킬 듯이

금세라도 스러질 것 같은
고통을 목발로 짚어내면
회한의 무게가 조금은
덜어지기나 할까

장이 배배 꼬이듯
절박한 체증은
눈물을 침처럼 툭 뱉고 나면
깃털만큼 가벼이 날아가려나

어둑한 오솔길 터벅거림에 숨겨
목이 쉬도록 내버려 둔
버드나무 흐드러진 강가에서

- 결국엔 눈물인 줄 알았다

© deannalewis, 출처 Unsplash

 

 

나의 모든 민낯을 속속히 들여다보고 있는 시를 읽으며

그저 하염없이 되뇌었다.

눈물을. 이 모든 아픔을. 외로움을.

 

원체 모나지 않아
부디 둥글게 살려한다.
무리 지어 모여 있어도
홀로 고독해진 시간마저도

내면에 흑심 감춰둘
빈방 하나 없어
투명한 속 되려 뒤집어
보여줄 곡절 없다.

한없이 따사롭다가
금세 시려지기도
외설스럽게 뜨거워지다
냉정히 파삭 식어버리는 
자리에 머뭇대기보다
한없이 떠밀려가기를
흘러감에 망설임은 없다.
더러 붉게 물든 눈가에서
주체 없이 흘러넘치기도 하며

- 물방울의 미학

© mantashesthaven, 출처 Unsplash

 

 


 

* 책아저씨가 뽑은 책 속 한 줄

 

흔적을 잃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유령이 된 것처럼 가벼워진 발꿈치의 무게나
달맞이 가는 부푼 가슴처럼 그런 식의

- 속성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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