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세이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박준

책아저씨 2020. 12. 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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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ㅣ 박 준 저 ㅣ 난다 ㅣ 2017. 07. 01 


 

 

* 책 소개

 

그냥 옆에 있는 책. 마냥 곁이 되는 책.
가끔 사는 게 힘들지? 낯설지?
위로하는 듯 알은척을 하다가도 무심한 듯 아무 말 없이
도다리 쑥국이나 먹자, 심드렁히 말해버리는 책.

그가 오랜 준비 끝에 첫 산문집을 들고 우리 곁에 찾아왔습니다.

첫 시집 제목이 열여섯 자였는데 그보다 한 자 더 보태 열일곱 자 제목으로 짓고 기운 책으로 말입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가만, 제목이 좀 길죠? 네, 좀 길다 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

그래도 그리 어렵게는 안 느끼실 거다 자신했던 데는 우리들 누구나 한 번쯤 이런 뉘앙스의

말을 해봤거나 들어봤을 경험의 소유자들이라는 까닭에서였습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 더는 울지 마, 하는 사람이 나였다면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 더 좀 울어, 하는 사람이 너였던 상황 앞에 우리는 얼마나 자주 놓여 있었던가요.

눈물로 뒤범벅된 얼굴이니 가난한 남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눈물로 뒤범벅된 얼굴이니 이별을 앞둔 연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눈물로 뒤범벅된 얼굴이니 죽음을 공유한 부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은 ‘시인 박준’이라는 ‘사람’을 정통으로 관통하는 글입니다.

제 호흡 가는 대로 총 4부로 나누긴 하였지만 그런 나눔에 상관없이 아무 페이지나 살살 넘겨봐도

또 아무 대목이나 슬슬 읽어봐도 우리 몸의 피돌기처럼 그 이야기의 편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게 해주는 글입니다. 드러낼 작정 없이 절로 드러난 이야기의 어린 손들을

우리들은 읽어가는 내내 잡기 바쁜데 불쑥 잡은 그 어린 손들이 우리들 손바닥을 펴서 손가락으로

적어주는 말들을 읽자면 그 이름에 가난이 있었고, 이별이 있었고, 죽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가난이라는 생활, 이별이라는 정황, 죽음이라는 허망, 이 셋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우리들 모두에게 바로 직면한 과제라 허투루 들리는 이야기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웬만하면 마주하려 하지 않았던, 가능하면 피하고만 싶었던 우리들의 민낯, 그 가난은 힘들고

또 힘들게 하고, 이별은 아프고 또 아프게 하고, 죽음은 슬프고 또 슬프게 하는 거니까요.

그럼에도 맞장을 뜨듯 이 삶의 곤궁 더미들을 미리 대면하면 좋을 이유가 우리 몸에

내성이라는 것을 생기게 함으로써 끝끝내 삶을 밀어 삶 너머로 나아가게 할 것을 아니까요,

그 원동력으로 삶과 죽음의 쳇바퀴를 더욱 자신 있게 굴리게 해 줄 테니까요.

우리가 왜 책을 읽어야 하나 하는 물음에 우리가 왜 삶을 살아야 하나 하는 물음이

답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과 확신, 이 책으로 말미암을 수 있었다니까요.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 책 리뷰

 

시인이 쓴 산문집이라 그런지 더 애틋했다.

다른 일반적인 산문집과는 다른 느낌의 감정이었다.

어딘가로 떠나야만 할 것 같았고

그렇게 내 마음 속 감정들은 어딘가로 떠나야만 했다.

책을 읽는 내내 긴 장편의 시를 읽고 있는 듯했다.

 

일상의 공간은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출발점이 되어주고
여행의 시간은 그간 우리가 지나온 익숙함 들을 가장 
눈부신 것으로 되돌려놓는다. 떠나야 돌아올 수 있다.
p. 110

© directormesut, 출처 Unsplash

 

 

 

생각해보면 정말 그랬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한 없이 울었다.

어차피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좀 더 울어도 괜찮았다.

 

남들이 하는 일은 
나도 다 하고 살겠다며
다짐했던 날들이 있었다.

어느 밝은 시절을
스스로 등지고

걷지 않아도 될 걸음을
재촉하던 때가 있었다는 뜻이다.
p. 11

© prettysmartguide, 출처 Unsplash

 

 

 

책에서 저자는 어쩌면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말하고 있다. 

나의 세계는 우리 모두의 세계였고, 모두가 공유하는 감정이었다.

참으로 따뜻한 위로가 되는 책이다.

마음의 길을 따라 여정을 떠나보자. 이 책이 안내하는 곳으로

 

누구인가를 만나고 사랑하다 보면 우리는 그 사람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 사람을 다 알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무엇인가 모르는 구석이 생긴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의 세계 속에서 자라는 상대가 점점 울창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아니 이것은 내가 상대의 세계로 더 깊이 걸어 들어왔다는 뜻이다.
p. 111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 책아저씨가 뽑은 책 속 한 줄

 

사랑에 대해 내리는 정의들은 너무나 다양하며
그래서 모두 틀리기도 모두 맞기도 하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수많은 사랑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언제나 참일 것이다. 나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여전히
이 세상에 대한 사랑이 남아 있다면 그 이유도 바로 이것일 것이다.
p.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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