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칭 단수 - 무라카미 하루키
일인칭 단수 ㅣ 무라카미 하루키 저 ㅣ 문학동네 ㅣ 2020. 11. 26
* 책 소개
『노르웨이의 숲』 『1Q84』 『기사단장 죽이기』 등의 작품으로 세대와 국경을
넘어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여자 없는 남자들』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소설집.
작가 특유의 미스터리한 세계관과 감성적인 필치, 일인칭 주인공 ‘나’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작품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단편들을 모았다.
누군가의 삶을 스쳐가는 짧고 긴 만남을 그려낸 여덟 작품 속에서 유일무이의
하루키 월드를 구성하는 다채로운 요소들을 한데 만나볼 수 있다.
[예스24 제공]
* 책 리뷰
'무라카미 하루키'
이 책은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그의
단편소설(8편)이 담긴 소설집이다.
타인에 대한 고찰과 관찰.
무기력함에서 오는 성찰.
저자는 '만남'을 통해서 이 모든 것을
아울러 독자에게 전달한다.
당연히 타인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래도 기쁨이나 슬픔이 뭔지는 대충 알고 있다고 내 딴은 생각했었다.
다만 기쁨과 슬픔 사이에 있는 수많은 현상을,
그것들의 위치관계를 아직 잘 분간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은 종종 나를 몹시 불안하고 무력하게 만들었다.
- 「돌베개에」 中
'흡사 사랑과 죽음이 서로 떨어지거나 갈라서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 사이임을 알려주는 것처럼' ( 「돌베개에」 中 )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머릿속으로 누군가를 떠올렸다.
아니 저절로 떠올랐다. 하루키가 말을 걸어왔다. 그것이 '사랑'이라고.
정체불명의 노인이 말하는 크림과 그저 팝송에 불과한 노래가 주는 아련함이
등장인물의 미스터리한 세계관과 연결되는 이 책은 '애정'을 담고 있었다.
“우리 인생에는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나. 설명이 안 되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
그렇지만 마음만은 지독히 흐트러지는 사건이. 그런 때는 아무 생각 말고,
고민도 하지 말고, 그저 눈을 감고 지나가게 두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커다란 파도 밑을 빠져나갈 때처럼.”
- 「크림」 中
책장을 넘길수록 소설이라기 보다는 에세이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자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저 담담히 글로 옮겨 적은듯한 느낌이었다.
알다가도 모를 인물들이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
일기 삼아 적어놓은 듯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렇게 그들의 일상에 발을 담갔다.
소설 속 이야기였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편안했다.
진부한 의견인지 모르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은
종종 보는 시각에 따라 완전히 뒤바뀐다.
빛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림자가 빛이 되고,
빛이 그림자가 된다. 양이 음이 되고, 음이 양이된다.
그런 작용이 세상을 구성하는 하나의 본질인지 혹은 그저
시각적 착각인지는 내가 판단하기 버거운 문제다.
- 「사육제」 中
* 책아저씨가 뽑은 책 속 한 줄
“하지만 설령 사랑이 사라져도,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 해도,
내가 누군가를 사랑했다, 연모했다는 기억은 변함없이 간직할 수 있습니다.
그것 또한 우리에게 귀중한 열원이 됩니다. 만약 그런 열원이 없다면 사람의
마음은 ―그리고 원숭이의 마음도―풀 한 포기 없는 혹한의 황야가 되고 말겠지요.
그 대지에는 온종일 해가 비치지 않고, 안녕安寧이라는 풀꽃도,
희망이라는 수목도 자라지 않겠지요.”
-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