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 심보선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ㅣ 심보선 저 ㅣ 문학동네 ㅣ 2019. 05. 24
* 책 소개
우리는 무엇을 잊고 무엇을 외면하는가?
등단 14년 만인 2008년, 첫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를 펴낸 이래 대중과 문단의
폭넓은 사랑과 주목을 받아온 심보선 시인이 처음으로 펴낸 산문집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첫 시집 출간 직전인 2007년부터 2019년 현재까지 써온 산문을 가려 뽑고,
때로는 지금의 시점에서 반추한 코멘트를 덧붙이기도 하며, 77개의 글을 한 권에 담았다.
시인이자 사회학자의 눈으로 사회적 문제를 타인의 문제로 외면하지 않고 우리의
문제로 생각하는 자세에 대해 써 내려간 글들을 모두 세 개의 부로 나누어 수록했다.
제1부에서는 삶과 사람, 가족, 일상과 관계를 소재 삼아 일용직 노동자, 아버지,
택시 기사,시인, 활동가, 친구와의 대화와 일화에서 마주한 영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제2부에서는 사회학적으로 문화 자본이 결여된 집안에서 자라 시인이 될
확률이 지극히 낮았던 저자의 유년으로 시작되는 글들을 만나볼 수 있다.
책 속에 끼워진 아버지의 육필 메모와 관련된 내밀한 고백과 함께 다양한
예술가와 작품들을 레퍼런스 삼아 예술이라는 수수께끼를 풀어간다.
제3부에서는 그동안 사회적 갈등과 운동의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저자가 공동체라는 수수께끼, 공동체라는 애틋한 이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들려준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 책 리뷰
책의 부제가 마음에 들었다.
'그날 그 자리에 있을 사람에게'
책의 저자는 시인이자 사회학자이다.
흥미로웠다. 시인이자 사회학자가 쓴 산문집.
인간의 일상, 일상 속 인간, 그리고 세상.
시인이자 사회학자인 저자가 들려주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보통의 이야기.
일상생활에서의 '깊이 생각함'이란, 느긋하게 산책을
할 때라면 한 송이 꽃을 보고도 쉽게 느낄 공통성의 기초를,
생존의 흐름에 내몰리고 휩쓸릴 때에도 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2)
p. 64
저자는 말한다. 자신에게는 세 가지 수수께끼가 있다고.
영혼이라는 수수께끼, 예술이라는 수수께끼, 공동체라는 수수께끼.
정말 어려운 수수께끼다. 늘 알고 싶지만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이 책이 일말의 해답을 줄 수 있을지.
우리는 언제 어디서 만나 어떤 목적도 약속도 없이
삶과 예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만남과 대화 자체에
몰입하여 거기서 자연스레 삶과 예술의 형태가 마름질되는
경이를 맛볼 수 있을까? 그럼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한가한 소리 하고 있다고. 그럼 나는 말할 것이다.
정확히 봤다고. 내 말이 바로 그거라고. (2015)
p. 155
이 책은 저자가 과거의 썼던 글들을 묶은 산문집이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저자가 이 글을 쓴 연도가 적혀있다.
과거에서 온 글인 셈이다. 산문은 글을 쓰는 당시 저자의
관심사에 초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시인이자 사회학자 '심보선'은 언제나 이 세계에 대해,
그리고 '그 날 그 자리에 있을 사람에게' 말을 건네 왔다.
우리는 서로의 역량을 냉철하게 인정하고 공평하게 존중해야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핵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비핵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말이 평화주의자의 레토릭이나
시인의 메타포가 아니라 현실주의자의 분석으로 들리기를 바란다.
사실은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의 삶이 전쟁터로 바뀐 지 오래라는 것을. (2018)
p. 316
* 책아저씨가 뽑은 책 속 한 줄
우리는 과거로부터 온 흐름 속에 존재하며 우리의 역할은
그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다. 누구는 대담하고 누구는 그렇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영웅이 될 필요가 없고 될 수도 없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조짐, 움직임이다. 익명의 바통이다.
그리고 그 바통 위에는 '끝나지 않았어'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
p. 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