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삶 - 임솔아
최선의 삶 ㅣ 임솔아 저 ㅣ 문학동네 ㅣ 2015. 07. 17
* 책 소개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신종'의 출현!
제4회 문학동네 대학 소설상 수상작 『최선의 삶』.
2013년 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시인 임솔아는
오직 소설이라는 형식으로만 온전히 담아낼 수 있었던 이야기,
열여섯 살 이후로 끈질기게 자신에게 찾아왔던 악몽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가족과 학교에 대한 불신, 친구를 향한 배신감을 빨아들이며 성장한 인물이 친구를 찾아가 살해하려는 꿈.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저자를 밤마다 몸부림치게 했던 이 악몽의 기원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느 한국 부모의 욕심대로 대전의 좋은 학군에 위장 전입한 열여섯 살 여중생 강이는
이방인으로서의 외로움을 느낀다. 실제로 살고 있는 읍내동에서는 가진 것이 너무 많은 사람으로,
새로운 학교가 있는 전민동에서는 아무것도 갖지 못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강이에게
부모와 학교의 빤한 조언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거나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그런 강이에게 스스럼없이 손을 내밀어준 동급생 아람과 소영은 그들과 강이를 구분 짓지 않는다.
강이는 그런 친구들을 마치 강아지처럼 따른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에 차츰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하찮고 연약한 것들을 온몸으로 보듬는 아람은 강이 보다 더 하찮은 존재를 찾아냈고,
미래를 현재로 당겨오기 위해 친구조차 마음대로 취하고 버릴 수 있었던 소영으로부터
강이는 인생이 송두리째 뒤흔들릴 정도의 극렬한 폭력을 경험한다.
학교에서 없는 존재로 취급받게 된 강이는 병신이 되지 않으려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지만,
최선을 다하면 다할수록 '최악의 병신'이 되어갈 뿐이다.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은 강이는 마침내 최선의 매듭을 짓기 위해 소영을 찾아가는데…….
시인으로서 인지도를 쌓고 자신만의 시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던 임솔아가
다시 신인으로 되돌아가는 모험을 감행하면서까지 써내고 싶었던 이야기는 미숙했던
그 시절에 대한 애틋함과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보통의 성장소설과 달리
성장의 여러 방향 중에서도 가장 냉혹하고 잔인한 경로를 담담하게 따라간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 앞에서 혼란스럽고 두려울 것이 분명할 내면을 거의 드러내지 않으며,
제가 처한 상황을 특유의 간명한 문체로 정의한 뒤 그저 더 나아지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일에 몰두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저자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엿보게 된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 책 리뷰
강이, 아람, 소영
같으면서도 다른 아이들.
하나가 돼었다가도 어느샌가 서로의 마음에는
걷잡을 수 없는 증오가 자리 잡는다.
먼 이야기 같으면서도 결코 멀지 않은 이야기.
먹어보지 않은 크래커를 먹게 되는 것. 소주를 마시고 혀의 마비를 느껴보는 것.
네온사인이 색을 바꾸는 패턴을 이해하는 것.
네온사인이 꺼지고 도로에 차오르는 새벽 물안개의 냄새를 맡아보는 것.
내가 집에 들어가지 않는 것은 그런 것들 때문이었다.
알지 못했던 다른 세상이 이 세상 안에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 하찮고 안 하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자꾸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 했다.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어 했다.
p. 29
세 아이들은 가출을 통해 자신들 나름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간다.
두려움을 떨쳐내고자 다른 이에게 두려운 존재가 되고
끔찍하고 무서운 것에 익숙해지고자 끔찍하고 무서운 사람이 된다.
싸움을 좋아하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싸울 수밖에 없는 순간들이 있을 뿐이었다.
소영도 마찬가지였다. 자기 보호는 치열한 공격이 될 때가 많았다. 치열한 보호가 비열해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p.92
희망을 찾아 쫓다 희망으로부터 멀어졌고 최악의 상황만은 면하려다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
병신이 되지 않으려다 상병신이 되었고 병신 같은 사람들 곁에 병신으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최선을 다했다.
무서운 것에 익숙해지면 무서움은 사라질 줄 알았다.
익숙해질수록 더 진저리쳐지는 무서움도 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p. 12
* 책아저씨가 뽑은 책 속 한 줄
나는 최선을 다했다. 소영도 그랬다. 아람도 그랬다. 엄마도 마찬가지다.
떠나거나 버려지거나 망가뜨리거나 망가지거나.
더 나아지기 위해서 우리는 기꺼이 더 나빠졌다. 이게 우리의 최선이었다.
p. 174